[판타지] 멸망한 세계의 편의점은 영업 중 7화 — 창고까지 이십 분이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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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린이 필요한 시간을 물었다. 상철이 없어서 구조물을 정확히 볼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안전한 출구가 따로 있는지 주변부터 확인했다. 높은 벽을 무리하게 받치거나 잔해를 헤집는 일은 하지 않았다. 뒤편 작은 창문에 접근할 수 있는 좁은 길이 있었다.
해민이 그 길을 살폈다.
서린은 창고 관리자에게 지연될 수 있다고 알렸다. 신호가 끊겨 같은 말을 세 번 반복했다. 태준은 그동안 승합차로 돌아가 빈 공간을 만들었다. 물건을 싣기로 접어 둔 좌석을 펴고 담요와 받침 상자를 치웠다.
거기 두 사람이 누울 수 있었다.
처음부터 실을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줄었다.
구조에는 그들이 예상한 것보다 오래 걸렸다.
창문 아래까지 오는 데도 안쪽 사람들이 잔해를 넘어야 했다. 한 명은 팔을 다쳐 움직임이 느렸다. 먼저 나온 젊은 남자가 뒤의 노인을 끌어내려 하자 서린이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 태준은 밖에서 그 말을 듣는 자기 발이 자꾸 움직이는 걸 느꼈다.
빨리 하라는 말은 밖에서 하기 쉬웠다.
노인이 창문턱에 걸렸을 때 태준은 받치러 손을 뻗었다. 왼손에서 통증이 번졌다. 그는 몸을 비틀어 오른쪽 어깨를 내밀었다. 해민이 먼저 노인의 무게를 받아 주었다.
노인은 내려온 뒤에도 바닥에 손을 짚고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얼굴에 먼지가 눌어붙어 주름이 희게 보였다. 그는 미안하다고 했다. 누가 미안해해야 하는 일인지 태준은 몰랐다.
경호가 물을 내밀었다.
태준은 그 병이 경호가 가져온 자기 몫이라는 걸 알아봤다. 어제 반을 남겼던 병이었다. 노인은 조금 마시고 돌려주려 했지만 경호가 뚜껑까지 건넸다.
그들은 승합차에 두 사람을 태웠다.
새로운 인원은 아홉 명이었다. 서린은 그 숫자를 가게에 알렸다. 태준은 물자 목록 옆에 사람 이름 두 개를 더 적었다. 확보한 물건은 하나도 없는데 명단은 길어졌다.
북쪽 창고에서 답이 왔다.
오후 다섯 시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진우가 계기판의 연료 표시를 봤다. 그동안 시동을 끄고 켜느라 쓴 양을 대략 계산했다. 아무도 태준에게 확실히 괜찮다고 하지 않았다. 태준은 그 정직함이 지금 자신들에게 있는 장비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오후에는 비가 왔다.
이 세계의 비가 원래의 비와 다른지 알 수 없었다. 젖으면 춥고, 도로의 먼지를 밀어 내고, 신발 안으로 스며드는 것은 같았다. 경호는 적재함의 덮개를 조였고, 태준은 문서가 든 봉투를 점퍼 안에 넣었다.
안내 기사가 기억하던 샛길은 절반이 사라져 있었다.
담장 밖에 있어야 할 공터가 보이지 않았다. 낮은 돌담과 검은 나무 몇 그루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기사는 차에서 내려 주변을 보다가 자꾸 같은 골목으로 돌아왔다.
“여기가 맞는데.”
그가 말했다.
태준은 게임 지도를 켜 보았다. 화면의 지형이 전부 열려 있지는 않았다. 자신이 알던 게임 속 사막과도 달랐다. 하온시의 산업단지가 어떤 판타지 지형과 섞였는지, 어디에 몬스터가 나타날지 게임이 공략을 주지는 않았다.
대신 이미 지나온 길의 짧은 부분만 기록되고 있었다.
그는 화면을 진우에게 보여 주었다. 돌아온 길과 아직 안 간 길을 구별할 수는 있었다. 그 이상을 아는 척하지 않았다.
만수가 창문 밖을 보며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저 나무가 서 있는 쪽은 낮은 땅이야. 큰길은 다른 쪽으로 찾는 게 낫겠구먼.”
서린은 이유를 물었다.
노인은 풀과 나무가 자라는 모양을 설명했다. 군사 지도가 아니라 오래 걸어 본 사람의 말처럼 들렸다. 태준은 그의 이야기를 지도에 작은 주석으로만 남겼다. 맞는지 확인하기 전에는 길로 확정하지 않았다.
그 길 끝에서 북쪽 물류창고의 흰 벽이 보였다.
도착 시간은 오후 네 시 사십 분이었다.
창고 정문 앞에는 다른 트럭이 서 있었다.
흰색 차체 옆에 백탑유통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었다. 경비 조끼를 입은 남자 셋이 도로를 막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차 안에 앉은 사람들의 수를 세다가 고개를 저었다.
“물건 인수 차량만 받습니다.”
진우가 창문을 내렸다.
“안쪽 유정호 사장님이랑 연락됐어요. 월성상사 물건 확인하러 왔고요.”
남자는 서류를 내밀었다. 계약이나 인수 확인서처럼 생겼지만 태준에게 보여 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는 백탑이 단지의 통행을 관리한다며 뒤로 차를 빼라고 했다.
태준은 차에서 내렸다.
붕대 감은 손을 본 남자의 시선이 금세 가벼워졌다. 몸이 멀쩡하지 않은 사람은 싸울 의지가 적을 거라고 판단한 듯했다. 실제로 태준도 싸우고 싶지 않았다.
“관리하시는 길의 범위가 어디까지입니까?”
그가 물었다.
남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태준은 서류가 아니라 창고 안쪽을 가리켰다. 철문 사이로 손을 흔드는 사람이 보였다. 유정호였다. 그는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정문 가까이 왔다. 한쪽 발을 제대로 딛지 못했다.
“내 재고라고 했잖소!”
그가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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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ChatGPT · 검수: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