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멸망한 세계의 편의점은 영업 중 13화 — 문 닫은 뒤의 두 사람

STORY2026.10.29·15분 읽기처음부터 끝까지 듣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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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이 물었다.

서린도 고개를 들었다. 한참 바라보다가 모르겠다고 했다. 며칠 동안 길과 사람 얼굴만 보느라 하늘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태준은 그 대답에 웃음이 조금 났다. 어떤 지도를 펼치든 그녀는 다 알고 있을 것 같았다. 자기가 그녀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는 걸 이렇게 작은 질문에서 알았다.

“이상하게 예쁘네요.”

그가 말했다.

서린은 대답하지 않고 푸른 점들을 보았다. 세상을 망가뜨린 변화 속에도 예쁜 것이 있다는 말을 해도 되는지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태준도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러다 그녀가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잠깐 아무 쓸모 없는 것을 같이 보았다.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도, 물자를 늘리지도 않는 빛. 그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태준에게는 새로웠다.

바람이 불자 서린의 옷소매가 팔에 닿았다. 그가 추우냐고 묻자 그녀는 조금이라고 답했다. 태준은 안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서린이 먼저 문을 열고, 그가 뒤에서 문틀을 잡았다. 서로를 특별히 구하지 않고도 같이 따뜻한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침이 오기 전에 복례가 돌아왔다.

그녀는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일부러 다른 곳을 보는 시늉을 하지 않았다. 필요한 종이를 바로 내밀었다. 다음 주 급식 분량을 줄여 잡아야 한다고 했다.

태준은 잠깐 전의 대화가 종이와 숫자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러다 서린이 자기 대신 받아 읽는 모습을 보았다. 둘이 가까워져도 해야 할 일은 남았고, 같이 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질 뿐이었다.

기본 공급을 받는 인원이 늘었다.

세 구역을 묶어 조리하던 방식을 나누면 운반 부담이 줄 수 있었다. 대신 일손이 더 필요했다. 태준은 창고에서 꺼낼 물자와 가게 밖에서 직접 옮길 물자를 나누어 적었다. 서린은 사람들의 이동 시간을 맞췄다.

복례는 두 사람이 너무 빨리 대답할 때마다 멈추게 했다.

“가능한 날이랑, 가능했으면 하는 날을 구별해요.”

태준은 날짜 하나를 뒤로 밀었다.

서린은 그 옆에 확인 필요라고 썼다. 서로의 약점을 조금 알게 된 것이 일을 잘하게 만드는 순간도 있었다. 태준은 그 느낌이 좋았다.


휴식 시간이 다시 왔을 때 태준은 매장 위층을 보여 주었다.

창고가 아니라 원래 건물의 작은 방이었다. 전 점주가 쉬던 공간을 인수하면서 열쇠도 받았다. 아직 짐 상자가 있어 제대로 쓰지 못했다. 바닥을 정리하면 조용히 누울 자리가 생겼다.

서린은 문과 창문부터 살폈다. 계단에서 누가 오면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 그 모습을 보며 태준은 마음이 가는 사람을 보는 일도 그 사람의 불안을 함께 보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서린 씨가 먼저 쓰세요.”

그가 말했다.

“아래는 제가 보겠습니다.”

서린은 바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래 교대 인력을 확인한 뒤 태준도 다른 자리에서 쉬어야 한다고 했다. 혼자 희생하는 모양으로 잠자리를 건네면 받기 어렵다는 얼굴이었다.

태준은 알겠다고 했다.

문턱을 넘다가 그녀의 소매가 태준의 오른손에 닿았다. 단지 스친 것이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손을 물렸고, 서린도 잠깐 멈췄다. 둘 다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앞서 나눈 고백의 침묵과 달랐다.

태준은 계단을 내려온 뒤 한 층의 거리가 이상하게 짧다고 느꼈다.


잠들기 전 그는 경호 가족의 기록을 한 번 더 봤다.

복례가 남긴 수정 요청에 답할 칸이 있었다. 태준은 내일로 미루었다. 지금 피곤한 머리로 서둘러 끝내고 싶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빈칸을 먼저 지웠을 것이다.

그는 휴대전화에 온 어머니의 두 번째 메시지도 읽었다. 가게를 인수했으면 사진 한 장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태준은 부서진 정문을 찍을 수 없어 한참 망설였다. 결국 안쪽의 손님 그림과 가격표가 보이게 사진을 찍었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전부도 아니었다.

그는 다음에 통화가 되면 다 설명하겠다고 적었다. 보내기 표시가 돌아가는 걸 확인하고 눈을 감았다.

위층 바닥에서 발소리가 한 번 났다가 멎었다.

누군가 쉬고 있다는 소리가 이렇게 안심될 수 있었다.


다시 확인하는 출입표

진우는 그 아침 다시 병원 출입표를 확인했다.

13화 다시 확인하는 출입표 장면을 그린 AI 삽화다시 확인하는 출입표

파란 띠의 끝이 헤져 있었다. 어제는 아무 일 없이 누나와 조카를 보고 나왔다. 오늘도 그러리라 믿고 싶었다. 그런데 출입을 확인하는 사람의 표정이 바뀌었다.

갱신 전에 먼저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했다.

진우는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이미 한 번 종이를 넘겼다. 그다음에는 끝날 줄 알았다. 처음보다 쉽게 두 번째가 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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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ChatGPT · 검수: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