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멸망한 세계의 편의점은 영업 중 19화 — 창고의 맨 끝은 없었다

STORY2026.10.29·15분 읽기처음부터 끝까지 듣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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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가까이에는 낮은 소리를 내는 관이 있었다. 물이 흐르는 소리와 비슷했지만 가끔 사람 말 같은 음절이 섞였다. 이네스는 다른 접수구와 연락하는 장치라고 했다. 태준은 무전기가 잡음을 내던 소리를 떠올렸다. 세계가 달라도 멀리 있는 사람에게 말이 정확히 닿지 않는 일은 있는 모양이었다.

맞은편 의자에는 얼굴 절반이 검은 비늘인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의 무릎 위에는 작은 꽃무늬 가방이 놓여 있었다. 태준의 눈이 거기 멈추자 남자가 가방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 태준은 급히 시선을 돌렸다. 모양이 낯설다고 남의 짐을 오래 보는 사람이 되고 있었다.

서린은 다리를 편 자세가 옆사람에게 방해되는지 살폈다. 그 비늘 얼굴의 남자가 말없이 자기 가방을 무릎 위로 더 올렸다. 앉을 자리가 조금 넓어졌다. 통역판 없이도 이해되는 대화였다.

접수구 뒤의 벽에는 금속 조각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이네스는 문을 닫은 상점들의 표지 일부라고 했다. 주인이 사라졌거나 거점이 소실된 경우, 미완료 인도 기록을 확인할 사람이 올 때까지 남겨 둔다고 했다. 태준은 저것들이 훈장처럼 보였던 처음의 시선을 고쳤다.

한 조각에는 나무 열매 그림이 있었고, 다른 조각에는 작은 바퀴가 그려져 있었다. 어떤 가게였는지 알 수 없었다. 과일을 팔았는지, 수레를 고쳤는지, 동네 아이들이 쉬어 가던 곳이었는지. 태준은 새벽24의 간판도 언젠가 이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금속 조각 하나의 이름을 물었다. 이네스는 읽어 주었지만 그 가게를 기억하지는 못했다. 이름이 남는 것과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달랐다. 태준은 자기가 아는 가게 하나만큼은 두 가지를 모두 지키고 싶었다. 그는 게시된 상호를 사진으로 남겨도 되는지 물었다. 담당자는 공개된 표지만 가능하다고 했다. 태준은 뒤쪽의 개인 기록이 찍히지 않도록 각도를 바꾸었다. 어떤 세계의 이름이든 가져가기 전에 물어야 하는 것은 같았다.

태준은 자기 창고의 끝없는 선반을 떠올렸다.

여기는 그 선반 바깥에 남은 거리 같았다. 무한 공간이 있어도 사라질 수 있는 가게들이 눈앞에 있었다.


접수 담당자는 질문을 세 개로 줄여 달라고 했다.

통행권의 이용 시간이 짧았고,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의 범위도 정해져 있었다. 태준은 하고 싶은 질문을 전부 적어 왔지만 그 가운데 무엇이 먼저인지 골라야 했다.

하온시 압류 통지의 원본 확인.

독립 상점 공동 정산의 현재 절차.

임시 물품 교환 방문이 가능한지.

담당자는 첫 번째에는 조회 신청을 받았고, 두 번째에는 일부 규정만 열어 주었다. 군용 기록과 민간 거점의 원본이 서로 다른 곳에 보관되어 있어 여기서 전부 대조할 수는 없다고 했다.

태준은 실망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문만 통과하면 모든 답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일 줄 알았던 것이다. 접수 담당자는 그 표정을 많이 본 사람처럼 표지를 하나 더 밀었다. 확인하지 못한 기록을 이미 확인한 것처럼 처리하지 않는다는 안내였다.

서린이 웃지 않고 그것을 읽었다.

“저희 쪽에도 필요한 표지네요.”

그녀가 말했다.

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는 세계에 와도 익숙한 어려움이 있었다.


세 번째 질문에는 다른 답이 왔다.

정기 거래권을 얻기 전에도 초청받은 안내 방문은 가능했다. 거래처를 만나 수요를 보고 샘플을 확인할 수 있지만, 통행권만 가지고 물자를 무한히 반출할 수는 없었다. 대합실 담당자가 작은 방문 표 두 장을 꺼냈다.

그냥 주지는 않았다.

이네스가 현지 보급 조합의 안내자로 서명하고, 태준이 경계상점 신분과 민간 거래 범위를 확인해야 했다. 방문 비용은 이네스 쪽 예치금에서 정해진 몫을 차감했다. 그녀는 그것도 다음 협의에서 비용으로 적겠다고 말했다.

태준은 동의했다.

자기에게 생긴 길이 다른 사람에게는 공짜가 아니었다.

앉아서 말하는 한계

서린은 다음 방문에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앉아 있는 동안에도 다리가 아팠다. 태준은 그 대답이 안심되면서도 미안했다. 그녀가 먼저 자기 한계를 말했으니, 그는 잘 참았다고 칭찬할 게 아니라 그 조건대로 움직여야 했다.

19화 앉아서 말하는 한계 장면을 그린 AI 삽화앉아서 말하는 한계

그들은 초대 표의 시간을 확인했다.

내일, 안내된 시장 구역만 방문할 수 있었다.


접수 창구 옆에는 남겨진 물건을 찾는 칸이 있었다.

사람들이 이름과 특징을 적은 종이를 꽂아 두었다. 부서진 수레 부품, 가문의 표식, 아이의 외투. 태준은 물건을 찾는 안내인 줄 알았다가, 그 아래 사람 이름이 더 많다는 걸 알아챘다.

실종자 게시판이었다.

이네스는 잠깐 그 앞에 섰다. 종이 하나를 꺼내 읽고 다시 놓았다. 자기 가족이 있는지 확인했는지, 오래 알던 사람의 이름이 있는지 태준은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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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ChatGPT · 검수: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