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멸망한 세계의 편의점은 영업 중 22화 — 이 세계를 산 사람

STORY2026.10.29·15분 읽기처음부터 끝까지 듣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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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치는 마음을 읽는 것이 아니었다. 누구나 더 많은 사람을 지키고 싶어 한다는 약점을 상대가 잘 아는 것이었다.

태준은 대가를 물었다.

고객과 공급의 기록을 중앙망에 제공한다. 지정한 물자를 우선 배정한다. 권역 운영 방침에 따른다. 거절할 수 있는 범위는 계약청이 정한다.

리겔은 그 조건을 나쁘게 숨기지 않았다.

“무질서하게 잃는 것보다 통제해서 남기는 편이 낫습니다.”

그가 말했다.

도윤과 비슷한 문장이 다른 세계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태준은 리겔의 고향을 물었다.

이네스가 시장에서 확인한 문양과 민간 청구서의 존재를 말했다. 리겔의 눈이 그녀 쪽으로 움직였다. 해민이 몸을 조금 바꾸어 두 사람 사이의 동선을 확인했다.

리겔은 고향의 피란민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들에게 돌아갈 땅과 공급할 물자가 필요했다. 이미 잃은 것을 되찾기 위해 다른 권역에서 대가를 걷는다는 말이었다. 그는 자기 선택을 깨끗한 말로 포장하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보였다.

태준은 그 태도에 속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더러운 일을 한다고 인정하는 것과 그 일을 그만두는 것은 달랐다.

“당신 고향 아이들이 굶는 건 막아야겠죠.”

태준이 말했다.

“그렇다고 우리 도시 아이들을 그 대가로 넘길 수는 없습니다.”

리겔은 이미 많이 들어 본 말이라는 얼굴을 했다. 태준은 자기 말이 그를 단숨에 바꿀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설득이 아니라 어떤 거래를 하지 않을지 알리는 말이었다.

탁자 위의 제안서는 그대로 남았다.

리겔은 서랍에서 금속판 하나를 꺼냈다. 태준이 본 인수표보다 두껍고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 그 위에 하온시와 겹친 권역의 식별 표시가 떠올랐다. 취득한 물품 목록처럼 길과 거점이 줄지어 적혀 있었다.

“내가 이 권역의 정산 지분을 샀습니다.”

그가 말했다.

태준은 금속판을 받지 않았다. 거기에 자기 동네의 도로가 적혀 있다는 사실이 불쾌했다. 출퇴근하던 횡단보도와 어머니가 가끔 들르던 버스 정류장을 가격 붙은 자원으로 보는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

리겔은 자기 고향을 잃은 뒤 이 판을 얻었다고 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음 공급 권역이 필요했다. 전쟁에서 완전히 밀려나면 자기 부대 가족들이 어떤 대우를 받을지 안다고 했다.

그는 빈 그릇을 손끝으로 돌렸다. 시장에서 본 것과 같은 고향 문양이 빛을 받았다. 태준은 그 손짓을 보며 리겔에게도 아무 생각 없이 만지는 물건이 있다는 걸 알았다. 악당의 손이 아니라 집에서 쓰던 컵을 만지는 사람의 손이었다.

그래도 태준은 금속판을 밀어냈다.

“당신이 값을 냈다는 것과 우리가 팔렸다는 건 다른 말입니다.”

그가 말했다.

리겔은 그 문장을 번역 장치에 다시 넣었다. 같은 말이 이계어로 울렸다. 뜻을 못 알아들은 것이 아니라, 자기 법의 문장으로 어디에 놓이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태준은 그 표정을 오래 보았다. 말이 칼처럼 상대를 쓰러뜨리지는 못해도, 상대가 들고 있던 표의 줄을 잠깐 멈추게 할 수는 있었다.

리겔은 결국 금속판을 자기 쪽으로 거두었다. 거래가 성립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탁자 위에서 분명해졌다.


이네스는 조항 번호를 꺼냈다.

군의 담보 조항

시장에 붙어 있던 문서와 자기 장부에서 확인한 번호였다. 군의 보급 채무가 일부 인력과 장비를 담보로 묶는다는 내용이었다. 태준은 면제 여부까지 자신이 확인한 것은 아니라고 먼저 말했다.

22화 군의 담보 조항 장면을 그린 AI 삽화군의 담보 조항

리겔은 표정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

자기 부대에는 별도의 면제 특약이 있다고 했다. 본대에 남아 임무를 수행하면 그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네스는 그 특약의 최신 원본을 보았느냐고 물었다.

리겔이 그녀를 오래 보았다.

“내 부대의 계약입니다.”

그가 답했다.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태준은 그걸 승리한 빈틈처럼 비웃지 않았다. 잘못된 약속을 믿고 있는 사람이 자신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위험했다. 그 약속이 무너지면 누구에게 분노가 향할지도 몰랐다.

그는 대조할 기록이 있으면 남겨 달라고 했다.

리겔은 면담을 끝내자고 말했다.


돌아오는 길에 이네스는 말수가 줄었다.

자기 전우였던 사람들이 저 안에 있었다. 모두 같은 선택을 한 것은 아니었고, 모두 돌아설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태준은 그들을 지금 바로 설득하면 될 것처럼 말하지 않았다.

해민은 앞에서 길을 확인했다.

리겔이 면담에서 손님을 해치지 않았다고 골목까지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군과 별개로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태준은 물자를 싣지 않은 빈 차가 오늘은 오히려 마음에 걸렸다. 얻은 답은 종이 몇 장뿐인데 그 때문에 길 위에 세 사람이 더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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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ChatGPT · 검수: ChatGPT